꿈 중독
지금도 힘든 시련들은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이 작업을 구상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청소년기를 생각했다. 일희일비하며 하루에도 12번은 더 감정이 바뀌고 가장 복잡한 마음을 가졌던 때라서일까. 나에게 청소년기란 쉼 없이 감정을 혹사당하는 시기였다. 특별히 누군가가 돌을 던지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파도치는 사춘기였다.
나에게 청소년기는 그런 엉켜있는 시기였다. 긍정의 기분도 부정의 기분도 열 수 없는 상자에 여러 색의 별사탕을 잔뜩 넣고 흔들어 놓은 것처럼 별개의 감정들이 잔뜩 부딪히고 정리가 되지 않고, 섞이기도 했다. 꿈은 마음이라는 상자 안에서 엉켜있다.
꿈이라는 건 보이지 않는, 먼 존재 또는 망상 같지만, 쫓게 되고 갈망하게 되는 눈부신 것이기도 하다.
꿈을 좇는다는 건 특별한 물리적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심리적인 부분만으로도 사람을 꽤나 힘들게 하곤 한다. 별다른 체력을 쓰지 않아도 아득히 먼 꿈을 좇다 보면, 더 힘이 나기도, 힘이 빠지기도 한다.
그렇게 자주 지치기도 했지만 힘이 없어 보이는 존재에게도 사실 수줍게 숨겨놓은 꿈이 있다. 누군가는 이제는 지쳐버린 공허한 상태라고 판단할 수 있지만, 한낮의 백일몽일지 몰라도 꿈을 끌어안고 있을 정도의 힘은 숨겨두었다. 내면의 힘은 약할지 몰라도 끈질기다. 남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누워서 자고 있는 듯한, 꿈을 꾸고 있는 듯하지만 결국 꿈을 움켜쥐고 있는 거다. 지치고, 힘들고 또 수동적이어 보이지만 사실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꿈을 움켜쥐고 있다. 느린 속도로 천천히 아무도 모르게 정지 화면처럼 그녀는 꿈을 움켜쥐고 놓지 않을 것이다.​​​​​​​
어떠한 꿈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체력이 소진된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작은 의지부터 물리적인 큰 노력까지 나는 '꿈 활동'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피사체가 예지님이 아니면 안 되는 작업이었다.
힘없는 표정과 포즈들, 그리고 예지님에게서 나오는 특유의 옥빛의 빛 바랜 아우라가 필요했다.
여백과 깔끔함을 원했고, 이를 통해 공간감을 주고 싶었다. 홀로 남겨진 것을 남이 볼 때의 시선으로 담고 싶었고 (사실 타인의 시선을 상상한 결국 나의 상상일 수도 있다), 대신 주변에는 크고 작은 꿈들을 함께 배치했다.​​​​​​​
엉킨 실타래를 풀어내거나 도망치는 대신 오히려 그 안에 파묻혀 자신만의 순수한 별의 결정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우리는 꿈을 소유할 수도, 새로이 가질 수도, 당신에게 보여주고 나타낼 수도 있다.
엉켜있는 마음을 설명할 수 있다면 조금은 후련할까?
작든 크든 '꿈 활동'을 많이 하다 보면 중독이 된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끈질기고 지독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겉보기에는 무기력한 태도는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가 아니라, 내면의 열망을 지키고 꿈을 건져내기 위해 외부로 향하는 모든 감각을 차단한 '중독자'의 몰입이다.
이것은 한낮의 가벼운 백일몽(Daydream)이 아니다. 수줍게 숨기고 있을 뿐, '꿈 활동'은 내면에서 끊임없이 박동하고 있다. 그녀는 가장 느린 속도로, 그러나 가장 확실하게 자신의 꿈에 중독되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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